NU'EST Aron

 

뉴이스트의 험난한 여정

보이그룹 뉴이스트가 4월 29일 발매한 6th 미니앨범 <Happy Ever After>의 초동기록이 20만장을 넘어섰다.

'뉴이스트 W'부터 이어져오던 1집 20만장, 2집 15만장, 3집 18만장의 성공적인 초동 기록을 황민현의 재합류를 통한 '뉴이스트' 완전체로서 컴백하며 성공적인 초동 성적을 기록했다(팬송 '노래 제목' 제외).

그러나 뉴이스트가 본래부터 이런 높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던 그룹이라고 물어본다면, 안타깝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후술하겠지만, 뉴이스트의 5집 미니앨범 <CANVAS>는 초동 600장, 총판 6000장의 초라한 성적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뉴이스트, 그들을 어떻게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플레디스와 뉴이스트

뉴이스트는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 BoA의 매니저 출신인 한성수가 설립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 에서 2012년 야심차게 출격한 보이그룹이다.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성공적인 성적을 거두었던 <애프터스쿨> 이후 플레디스가 처음으로 데뷔시키는 남돌이니만큼, 뉴이스트의 출발은 야심찼다. 데뷔곡 <FACE>는 중독성 있는 가사와 그 당시 유행했던 일레트로닉한 후반부 진행으로 중독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곡이였으며, 국내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 번쯤 들어봤을 가사, '터져나오는 잭팟~'

 

사실 <FACE>는 국내에서보단 해외에서의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었는데, 국내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정도였지만,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FACE>의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4,500만 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다. 4,500만이라는 기록은 2019년 현재에도 보이그룹 데뷔곡 중 워너원의 <Energetic>의 뒤를 잇는, 역대 보이그룹 데뷔곡 뮤직비디오 조회수 2위라는 엄청난 기록이다. 또한, 당시가 2012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유튜브 시장이 활성화되고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하는 그 당시에 4,500만이라는 기록은 정말 미스테리라고밖에 할 수 없는, 엄청난 기록임에 분명한다. 멀리 가지 않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012년 유튜브 조회수 1억을 돌파하며 이후 10억, 30억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으로 자리 잡았단 점을 생각해보면 그 당시 4,500만의 기록은 '역대급'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처럼 <FACE>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이때부터 우리의 플레디스는 뉴이스트를 해외 뺑뺑이 돌릴 야심찬 계획(;;)을 품기 시작한다. 사실상 뉴이스트의 암흑기는 이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일

<FACE>가 좋은 성적을 거두자 플레디스는 이후 미니1집 <Action>으로 뉴이스트를 컴백시키게 된다. <Action>또한 <FACE>만큼은 아닐지라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국내와 해외 팬들에게 뉴이스트의 존재를 각인시키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신인상 수상에는 실패하게 된다. 애초에 2012~2013년은 아이돌 시장의 대홍수로, 현재 레드오션인 아이돌 시장을 단단히 고착화 한 시기이다. 2012년 데뷔한 보이그룹만 해도 <B.A.P>, <비투비(BTOB>, <EXO>, <빅스(VIXX)> 등 2.5세대 K-POP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아이돌들이니... 참고로 2012년 아이돌 신인상은 B.A.P가 수상했다

이후 플레디스는 심기일전하며 2013년 미니 2집 <여보세요>로 뉴이스트를 컴백시키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활동을 빨리 끝내고 수록곡 활동도 취소시키며 <FACE>와 <Action>으로 얻었던 성공적인 반향을 점점 잃어가게 된다. 뉴이스트의 하락세에 정점을 찍은 곡은 이후 발매한 미니 3집 <잠꼬대>인데,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코디와 귀를 막고싶어지는 망곡의 콜라보레이션은 뉴이스트의 망곡 of 망곡으로 자리잡으며 뉴이스트가 국내 활동을 빨리 끝내고 해외 뺑뺑이를 돌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아이돌 팬덤이 가장 싫어하는 것 목록이 있다면 해외 뺑뺑이는 당당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특히나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2군~3군 아이돌의 팬이라면 해외 뺑뺑이는 단순히 싫어하는 것을 넘어 치가 떨리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뉴이스트는 이를 증명했다. 

약 1년간의 실패한 해외 뺑뺑이를 마치고 돌아온 뉴이스트는 숨 쉴 틈도 없이 바로 첫 정규 앨범 <Good Bye Bye>로 컴백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다싶이 2012~2013년의 아이돌 대홍수를 통한 레드오션화된 아이돌 시장에서 1년간의 공백기는 치명적이었으며, 정규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 앨범이 얼마나 실패했느냐 하면, 팬사인회 정원 100명이 미달되어 응모자 85명이 전부 당첨되는(;;) 사태가 일어나며 뉴이스트의 '중소망돌' 꼬리표에 쐐기를 박게 된다. 

정규앨범 실패의 뼈아픈 타격 이후, 스페셜앨범 <I'm Bed>, 미니 4집 <Q is> (여왕의 기사), 미니 5집 <CANVAS> 모두 줄줄이 좋은 기록을 거두지 못하였으며, 사실상 <Q is>를 제외하고는 팬들을 유입하기는 커녕 남아있던 한줌의 팬들마저 뉴이스트를 저버렸다.

그렇게 한국의 흔한 중소망돌.st 로 그룹 자체가 흐지부지되며 실패한 아이돌의 사례로 남을 것만 같았던 뉴이스트에게 엄청난 이변이 발생하게 된다

 

뉴이스트와 프로듀스 101 SEASON 2

바로 <PRODUCE 101 SEASON 2>에 그룹 전체가 출연하게 된 것. 뉴이스트 멤버 중 Aron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멤버 - JR, 백호, 렌, 민현 - 이 프로듀스에 나오게 된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프듀 2) 기간의 뉴이스트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상세하고 자세하게, 픽셀 하나하나까지 분석하여 착즙하는 소위 '뉴이스트맘' 들이 계시니 굳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확실한 건, 뉴이스트의 프듀 2 출연은 뉴이스트의 미래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이다.

백호와 민현으로 대표되는 프듀2의 '플레디스 보이즈'는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며 속칭 '줌마팬'과 '(잘생기면 다 오빠라는 논리에 의한)(자칭)소녀팬' 부대를 이끌었으며, 특히 민현은 뛰어난 얼굴과 피지컬을 앞세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열광적인 인기에 힘입어 최종 9위로 워너원에 들어가게 된다. 

비단 민현뿐만이 아니라, 뉴이스트 멤버들 모두 - 최종 순위권에 상관없이, 더 나아가 프듀2 출연에 상관없이 - 말 그대로 사활을 걸고 프듀2에서 뉴이스트를 알리려고 노력했고, 최종적으로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뉴이스트의 폭발적인 성장

프듀2를 이후의 뉴이스트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뉴이스트가 프듀2 출연을 확정하기 전 심기일전하고 만들었던 미니5집 <CANVAS>의 초동판매량은 600장, 총 판매량도 6000장밖에 이르지 못하지만, 프듀2이후 완전체로 컴백한 뉴이스트의 미니6집 <Happy Ever After>는 초동 22만장을 기록하며 뉴이스트의(뉴이스트 W포함) 커리어 신기록을 세웠다.

뉴이스트 <CANVAS> 초동. 632장...
뉴이스트 <Happy Ever After> 초동

 

사실 뉴이스트가 데뷔 초의 인기에 비해 폭망한 것은 뉴이스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소속사 플레디스 자체의 문제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한국 데뷔 초 해외에서의 큰 인기 + 당시 <으르렁>으로 대표되는 EXO의 K-POP 한국시장 장악 + 데뷔곡보다 부진한 뉴이스트의 성적낙차 = '플레디스의 무리한 해외 뺑뺑이' 로 인해 한국 팬덤을 포기한 것이 뉴이스트의 첫 번째 패착 요인이며,  '자체 프로듀싱' 을 내세운 뉴이스트 음반의 성적부진 + 플레디스의 두번째 보이그룹 <세븐틴>의 성공적인 대중장악 + 그로 인한 플레디스의 관리부재 = '하락하는 음반 퀄리티'  로 인한 팬덤 이탈을 두 번째 요인으로 들 수 있다.

그렇게 재계약 기간에도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던 뉴이스트였지만, 프듀2 출연을 통한 팬덤 유입으로 앞서 말한 패착 요인을들을 극복하여 한국 보이그룹 시장에서 탄탄히 자리를 잡았다.

뉴이스트의 초동 22만장은 단순히 숫자로만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역대 아이돌 초동 순위에서 방탄소년단-EXO-워너원-세븐틴-갓세븐-뉴이스트 로 이어지는, 6위의 커리어 성적은 뉴이스트의 재부흥을 암시하는 듯하다.

뉴이스트는 더이상 '중소망돌' 이 아니다. 당장 음반 순위로 본다면, 뉴이스트는 1.5군~2군 남자아이돌의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물론, 같은 비교 대상의 아이돌군에 비해 음원 성적이 낮게 나온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는 점이자 뉴이스트 팬덤이 풀어갈 숙제이기도 하다. 와우 플레디스 뭔일이야 세븐틴 뉴이스트 다 성공했네... 한성수 일잘해(코쓱)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의미, 그리고 그 미래

뉴이스트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뉴이스트가 재부흥 할 수 있었던 것에는 프듀2 의 역할이 '대단히' 컸다. 물론 뉴이스트가 프듀2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재기를 꿈꿨을 수도 있었겠지만, 뉴이스트가 재성공 할 수 있었던 수많은 가능성의 길 중 가장 빠르게 뉴이스트를 인도한 것이 프듀2 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뉴이스트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한 성공 사례는 비단 뉴이스트만이 아니라, 모든 잊혀진(혹은 잊혀져가는) 아이돌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여주었다. 이를 증명하듯 희대의 사기극으로 유명한 믹스나인,  더 유닛 등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잊혀진 전(前) 아이돌들의 대거 등장은 대한민국의 아이돌 산업의 이면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아류작으로 나온 다양한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증명하듯이, <프로듀스 101 시리즈> 이외의 프로듀스의 그것을 차용한 아류작들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특히, '아이돌 리부팅'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KBS의 <더 유닛>의 처참한 실패는 대중들의 관심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방송사'에 더 자극받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성공가도는 프로그램 자체의 참신성과 독창성에도 있지만, 그것을 주관하는 <Mnet>의 연예계 전체를 아우르는 영향력을 빼 놓고서는 논할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한 '아이돌 리부팅'이라는 부가적인 긍정적 외부효과의 달성은 다른 방송사들에서 방영하는 <프로듀스>의 아류작에서 행해질 수 없는, 오로지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잊혀진 아이돌들의 꿈일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긍정적인 반응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듀스>의 진정한 의미는 '국민 프로듀서'들로 하여금 '연습생'에게 투표하여 아이돌로써 데뷔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이전 아이돌의 개입은 정당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합리적인 반박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형기획사의 아이돌 시장 지배와 일부 중소기획사의 아이돌들이 '간신히' 그 시장에서 살아남는 현재의 기괴한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과연 '합리성' 을 내세워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합리성'을 잣대로 내밀어 이미 무너져 내린 잊혀진 아이돌들의 꿈을 한번 더 짖밟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행위가 아닌가? 

물론, 완전 연습생만을 출연시킬 것인지, 아니면 이전 연습생 신분의 아이돌들 또한 출연시킬 것인지는 전적으로 Mnet의 권한이다. 그러나 Mnet 그 자체가 가지는 연예계에서의 위치와 <프로듀스 101>이 내포하는 의미를 고려해 본다면, 단순히 '내 원픽의 경쟁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이전 아이돌의 강제 하차 요구를 단순히 수요가 많다고 하여 들어주는 것은 Ment이 자신들의 지위를 망각한, 너무나도 오만한 행동일 것이다.

<프로듀스 101 X>가 방영되고 있는 현재, 과연 Mnet의 선택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 선택에 의한 잊혀진 아이돌들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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