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원 - 비올레타 (MPD 직캠)

 

영원한 '새로움' 적 속성의 음악, 그리고 안무에 대하여

'아이돌 그룹' 과 '가수' 의 음악을 평가하는 부분은 확연히 다르다. 가수가 순수히 가창력과 노랫말, 음색으로 평가받는다면 (혹은 그것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 아이돌 그룹 노래 평가는 몇 가지 추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아이돌에게 '새 음반' 혹은 '새 음악' 에 요구되는 사항은 단순한 음악적 성토뿐만이 아니다. 세속적인 부분을 보자면 보다 '창렬' 하지 않은 앨범 구성, 앨범 수록곡 갯수 등이 존재할 것이고, 미학적 부분을 파고들자면 고퀄리티의 뮤비디오, 앨범 표지, 포토카드, 그리고 새로운 안무가 존재할 것이다.

아이돌 음반의 3대 평가요소 - 음악, 뮤직비디오, 안무 - 에게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새로움' 일 것이다. 그룹의 "공식색깔" 부터 시작되는 아이돌 그룹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은, 20C 포스트모더니즘의 혼성모방의 그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칸트적인 '새로움의 미학'으로의 퇴보를 가져왔다.

앨범 커버부터 시작하여, 뮤직비디오의 몇 초 남짓한 구성, 순간순간의 포인트 안무, 유사한 마디 구성까지, 뭐든 새롭지 않은 것은 '원작자' 라는 무기를 휘두루는 팬들 그리고 여론의 이름 앞에서 '표절' 이라는 주홍글씨를 지닌 채 침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K-POP, 아니 전 세계 음악시장의 현실이다.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 과연 '새롭지 않은' 노래, 뮤직비디오, 안무가 진정으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적정 수준의 표절' 속에서 수많은 노래들이 자가복제를 통해 '새로움'의 탈을 쓰고 신곡으로 발표된되는 현상이 대신 답해준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러한 고찰이 단순하게 '저작권의 무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 그리고 수고는 높게 존중받아야 하는 기회비용임에 틀림없다. 단순히 '새로운 음악' 을 만들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원본에 대한 강탈과 복제가 행해질 수 밖에 없고, 혹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허나 분명한 것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음악의 기원이 21C 현재에까지 내려오면서 적어도 '완전히 새로운' 음악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뮤직 사이클' 안에서 끝없는 자가복제와 혼성모방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음악들을 내보낸다. 어떠한 '혁명적인' 사건에 (ex. 비틀즈의 등장) 의해 그 사이클이 잠시 변화되긴 하지만, 사이클 자체는 붕괴하지 않으며 단지 새로운 트렌드의 지평 위에서 사이클은 공고히 작동한다. 그것이 적어도 1만년 이상 지속된 음악의 역사가 새로움이라는 가면 아래 끝없이 진보될 수 있엇던 이유이다.

미래의 모든 음악-특히 아이돌 음반에 대하여-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가 단순한 '음계' 에서 벗어나 다양화되면서, 그 다양화된 요소들을 전부 혹은 몇몇개를 '조금씩' 바꿔가며 음악은 교묘히 신곡이라는 이름 아래 수없이 창조된다.

그렇기에, 이러한 관성은 바꿀 수 없는 것이요 멈출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만약 그 관성을 멈추려고 드는 순간, 더 이상 새로운 음악은 나올 수 없을 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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